유월절 전통, 성경의 유월절 풍습과 문화

유월절 전통은 출애굽 전과 후, 가나안 정착 후 조금씩 차이를 보이다가 신약시대에 와서 크게 달라진다.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 엑소더스를 감행하기 직전 최초로 지켰던 유월절 전통은 다음과 같다.1)

첫번째 유월절. Bible Pictures and What They Teach Us, Charles Foster, 1897.
  • 유대력 정월 10일, 가족의 규모에 따라 #어린양을 준비하되 식구가 적어서 한 마리를 다 먹을 수 없는 가정은 이웃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양을 계산해서 준비한다.
  • 생후 1년생 흠 없는 수컷으로 하되 양이 없는 경우 염소로 대신한다.
  • 정월 14일 저녁, 어린양을 잡는다.
  • 희생양의 피는 그릇에 담아 우슬초2) 다발에 적셔 대문 설주와 인방에 바른다.3)
  • 희생양의 고기는 삶거나 날것으로 먹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불에 굽되 머리와 다리, 내장을 통째로 구워서 먹는다.
  • 고기는 유교병4)과 함께 먹어서는 안 되며 쓴 나물, 무교병5)과 함께 먹는다.
  • 식사를 할 때 허리띠를 두르고 신발을 신고 지팡이를 든 채 서둘러 먹는다.
  • 고기는 집 안에서만 먹고 조금도 집 밖으로 유출시키지 말고, 뼈를 꺾어서도 안 된다6).
  • 고기는 아침까지 남겨두어서는 안 되며 남은 것은 모두 불태운다.
  • 유월절 저녁부터 7일 동안 주변에서 누룩이 눈에 띄게 해서는 안 된다.
  • 남자는 반드시 할례7)를 받은 후에 유월절을 지킨다.
  • 이방인은 먹지 못하지만 몸값을 지불하고 산 종과 타국인이 유월절을 지키기 원하면 할례를 받은 후에 참여할 수 있다.

출애굽 후, 광야에서도 유월절 전통은 거의 변함이 없다. 다만, 시체를 접촉하여 부정케 된 사람들이 유월절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자 날짜 규정이 추가되었고, 각 가정이 아닌 하나님께서 지정하신 장소에서 지켜야 한다는 것이 달라졌다.8)

  • 시체를 만져 더러워졌거나 장거리 여행 등의 사정으로 정월 14일 저녁에 열리는 유월절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한 달 후인 이월 14일 저녁에 지킨다.
  • 하나님이 정하신 장소에서 소나 양을 잡아 유월절 제사를 드린다.
  • 하나님이 정하신 장소에서 이집트에서 급히 나오던 날을 기억하며 유월절 고기를 먹고 다음 날 아침에 장막으로 돌아간다.

예루살렘에 성전이 건축된 후부터는 모든 예배 의식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이루어졌다. 가나안 정착 후 유월절을 지킨 기록은 분열왕국시대, 유다 왕국의 제13대 왕 히스기야, 제16대 왕 요시야의 사적과 바벨론 포로 귀환 후 파괴된 성전을 재건한 이후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9) 당시의 특이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요시야 왕에게 율법책을 읽어주는 대제사장 힐기야. 요시야 왕은 율법책의 기록대로 유월절을 지켰다.
  • 유월절을 지킨 후, 예루살렘에 있는 이방 제단과 향단을 모두 제거했다.
  • 제사장과 레위인이 일제히 몸을 정결케 한 다음 번제물을 성전으로 가져갔다.
  • 백성들 중 부정하여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 레위인이 대신 유월절 양을 잡았다.
  • 각자의 위치에 서서 레위인은 유월절 양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제사장은 레위인이 건네준 피를 받아 뿌렸다.
  • 레위인은 유월절 양을 불에 굽고 나머지 성물을 솥에 삶아 집안별로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 그 후 레위인은 자신과 제사장들, 성가대원과 성전 문지기들이 먹을 고기를 준비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자리를 뜨지 않고 봉사하는 성가대원과 문지기들에게 가져다주었다.

구약시대부터 내려오던 유월절 전통은 신약시대에 와서 확연히 달라졌다. 복음서10)의 기록에 따르면, 유대력 정월 14일 저녁, 예수는 열두 제자들과 #유월절 만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모세 율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예법을 본보여주었다.11)

최후의 만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품. 열 두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만찬을 나누고 있는 예수. 구약 율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유월절을 지키는 예법을 본보여주었다.
  •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었다.
  • 떡을 들어 감사기도를 드리고 제자들에게 나누어주며 먹게 하였다.
  • 포도주가 든 잔을 들어 감사기도를 드리고 제자들에게 주며 마시게 하였다.

유월절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예수는 유월절에 먹는 떡은 그의 몸이고, 포도주는 그의 피로서 많은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기 위해 흘리는 약속의 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 때문에 #유월절 만찬은 ‘거룩한 음식’이라는 의미의 ‘성찬(聖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도 바울은 당시 우상숭배가 극심했던 고린도 지역에 있는 교회에 특히 유월절을 강조했다. 그는 예수에게 받은 유월절 전통을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까지 순전하게 지키고 전하자고 역설했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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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애굽기 12:1~11
2)
우슬초(牛膝草, Hyssop)는 박하향이 나는 식물이다. 잔털이 많아 물이나 피를 묻혀 정결의식을 행하는 데 유용하게 쓰였다.
3)
유월절 희생양의 피는 ‘하나님의 백성이 살고 있는 집’이라는 표시가 되어 죽음의 재앙이 넘어갔다.
4)
유교병(有酵物, Leavened Bread)은 누룩을 넣어 만든 떡(빵)을 말한다. 화목제와 칠칠절(오순절)에 제물로 드려졌다.
5)
무교병(無酵餠, Unleavened Bread)은 누룩(이스트)을 넣지 않고 구운 떡(빵)이나 과자를 가리킨다. ‘고난의 떡’이라고도 한다.
6)
출애굽기 12:43~46
7)
할례(割禮, Circumcision)는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의식이다. 이는 엄격히 지켜야 할 규례로 유월절을 지키기를 원하는 사람은 무조건 할례를 행해야 했다. 종과 외국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기서의 할례는 남성에게만 해당되며, 오늘날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할례와는 무관하다.
8)
민수기 9:1~14, 신명기 16:1~8
9)
열왕기하 23:21~25, 역대하 30:1~18, 35:1~19, 에스라 6:19~21
10)
복음서(福音書, Gospels)는 신약성경의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을 말한다. ‘사복음서’라고도 한다.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은 동일한 관점에서 기록되어 ‘공관복음’이라고 불린다.
11)
마태복음 26:26~28, 마가복음 14:22~24, 누가복음 22:14~20, 요한복음 13:3~10
12)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이 되셨는니라, 이러므로 우리가 명절을 지키되”, 고린도전서 5:7~8, 11:23~26